1. 2013.04.30 하울의 움직이는 성<지브리 스튜디오>-"자 이제 전쟁을 끝내 볼까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지브리 스튜디오>-"자 이제 전쟁을 끝내 볼까요?"

하울의 움직이는 성(지브리) "이 긴 전쟁을 한 번 끝내볼까요?"

새벽 5시, 이것 저것 정리하다가 밤을 훌쩍 넘긴 채, 일상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 한 시간 남았다. 할 일은 더 이상 없었지만, 잠을 청했다가는 하루가 엉망이 될 참이었다. 멍하니 있다가는 잠이 올 것 같아서 깨어있을 방법을 찾다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라는 에니메이션을 발견하고 재생했다.

이전부터 보고 싶은 리스트에만 있고 한번도 끝까지 시청한 적이 없는 에니메이션이었다. 그 당시엔 박진감 넘치는 영화만 좋아했기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재미없었다. 주인공과 만나기 이전의 '하울'은 소문만 무성한 채 베일에 쌓인 신비의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연히 나타나서 주인공과 조우하는 마법사 '하울'은 그 신비한 캐릭터를 파삭 깨버리고 싱겁게 만들어버렸다. 참으로 동화답게.

대강의 줄거리는 이렇다. 모자가게에서 모자를 만들고 수선하며 팔던 가족의 일원인 여주인공 '소피'는 황무지마녀의 저주에 걸려서 할머니가 되어버린다. 저주를 풀 방법은 하울만이 안다는 황무지마녀의 말을 따라서 소피는 하울을 찾아가게 된다. 한편 하울에게는 하울이 마법사라는 이유로 각 국가에서 전쟁에 활용하기 위해 보낸 소집장을 받지만, 전쟁에 참여하기 싫은 하울은 전쟁을 계속 방해하기만 한다. 그 와중에 소피가 받은 저주는 스스로가 유지시키고 있음을 깨닫고 저주를 풀어내고 하울과 러브라인을 형성한다. 그와중에 하울은 전쟁때문에 부상을 입어 죽기 직전까지 간다.

엉뚱하게도 소피를 포함한 하울의 식구들이 서로의 저주를 모두 풀어가는 과정이 끝나가는 동시에 전쟁이 끝나는 암시가 보인다. 얼결에 소피를 따라온 허수아비가 저주에서 풀리면서 이웃나라의 왕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는데, 그는 사람들에게 전쟁을 멈추러 가겠다고 약속하게 된다. 그로서 이야기는 급작스럽게 전쟁이 끝나는 분위기로 흘러간다.

나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전쟁이 일어나면, 나는 전쟁의 약탈자가 아니라 피해자가 될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내가 약탈자가 될 수 있다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약육강식보다, 절대선과 권선징악을 믿는 이상, 타인을 헤쳐서 이익을 얻는 데 그다지 호감이 가지 않는다.

…호감이 가지 않는다. 라는 표현으로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되는 부분이지만, 전쟁이 없던 세대에 살던 나이다. 전쟁에 대해 상상조차 하기 싫고,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격렬히 증오할 마음도 없다… 증오할 갖가지 이유를 생각해내서 증명해내는 동안, 고통스러워질 순간을 만드는 게 무섭다."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도 나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니체)

말마따나 그렇게 끔찍한 일이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설령 내게도 감히 마치 전쟁이 유일한 해답인마냥 유혹으로 다가오는 것은, 더더욱 바라지 않는다. 내 행동반경을 예측할 수 없던 어느 때처럼, 유(柔)한 표현을 쓸 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전쟁을 참 동화스럽게 끝낸다. 전쟁의 주체자중 한 명인 설리만 마법사가 "자 그럼 그냥 전쟁을 끝내 볼까요?" 라는 대사 한마디로 전쟁이 끝나버린다. 욕심에 의해 벌어진 현실적인 전쟁이, 인과관계가 투철하게 그려지지 않은 탓에 동화적으로 끝난다. 필연적으로 전쟁이 끝나야 할 상황이 없다. 그 부분이 아이들 동화같은 느낌을 주면서도, 작가의 의견은 전달되서 귀엽다고 느꼈다.

지브리의 에니메이션은, 동화같은 마무리가 좋다. 심각하지 않아도, 마음 깊숙히서 바라는 평화의 메세지가 잔잔하게 흐른다. 무서운 이야기도 결국은 부드럽게 행복해진다. 'J.J.톨킨'과 같이 사실적으로 전쟁을 묘사하는 작가도 있듯이, 지브리같은 묘사도 있다. 전쟁에 대해 묘사하는 방법과 과정에서 드러나는 특성은 제각각 전혀 다르지만, 지향하는 바는 비슷해보인다.

요새 들어 우리나라가 전쟁의 분위기가 감돌아 마음이 싱숭생숭하던 차에 본 애니메이션이라 사족이 길어졌다.

음.. 다음에는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전부 보고, 조사해본 다음에 그 특성을 분석해보고 싶다. 고 덧붙이지만, 그럴 일은 아마 없을 지도 모른다.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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