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스뜨루가츠끼 형제)"항상성 우주 법칙안에 갇힌 인간"

세상이 끝날 때까지 아직 10억 년(스뜨루가츠끼 형제) "항상성 우주 법칙안에 갇힌 인간"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 소설로 분류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디스토피아(Dystopia)는 유토피아의 반댓말이다.

초반에 전문적인 수학 용어가 나와서 소설이 무척 어렵게 느껴졌지만, 이야기가 진행될 수록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소설의 묘미중의 하나는 시기적절하게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한 점이다. 소설 중간 중간 나오는 중의적인 표현들이 때때로 웃음을 유발하기도 하고, 마음을 착잡하게도 만들었다. 날카롭게 벼려진 표현은 아니지만, 중의적인 표현들이 예술적으로 버무려진 덕에 소설을 읽는 재미가 한층 더해진 감이 있다.

디스토피아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암울하고 어두운 내용도 아니다. 작가는 특별히 희망적인 내용을 싣지도, 절망적인 내용을 싣지도 않았다. 인간의 의지를 비관적으로 판단하지도 않았다. 여러 인물상을 제시하고, 그들이 문제를 판단하여 행동하는 모습을 그렸을 뿐이다. 현실적인 공방들이 오가고, 어떻게 행동할 지 고민하는 모습들이 마치 우리가 실생활에서 고민하고 행동하는 모습들과 비슷했다. 비슷했기에 자칫 철학적이고 현학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는 내용들이 마음에 더 와닿았다.

내가 이렇게 판단할 수 있던건, 사실 현실 속의 인간은 누구나 굴레 안에서 예의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그 굴레를 구속과 억압으로 판단했다면, 아마.. 다른 전개로 감상을 써나갔을 것이다.

같은 일도 몇 가지의 다른 시각으로 본다는 건, 삶을 이해하는 깊이를 두텁게 만드는 요인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두명인데다 전혀 다른 분야를 전공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소설도 나올 수 있었을 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작품을 같이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존경스러웠다. 형제라고 해도 각자 의견도 다르고 세분화된 목표도 다를 수 있는데, 어떻게 합의를 이끌어내서 독자가 매끄럽게 읽을 수 있는 소설 한 편을 만들어 냈을까.. 혹, 그 과정에서 일어난 다툼들이 내용을 구상하는 데 도움이 되어 소설에 고스란히 녹아들었기에 실감나게 읽었을 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든다. 어쩌면 천문학자와 일본문학 전공자라는 전혀 다른 두 분야의 사람이 만났기에, 같은 분야보다는 부딛치는 일이 적었을 지도 모르겠다.

초반 과정이 짜증스럽게 서술되어 있는 부분때문에 책장을 덮은 분이 있다면, 다시 책장을 펼쳐서 끝까지 읽어보시기를 권유하고 싶다. 주인공의 동선을 그대로 따라가는 바람에 정신없기도 하다. 더운 여름을 더욱 푹푹 찌게 만들지도 모른다.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에 함께 매몰될 수도 있지만.. 뱀의 머리에 용의 꼬리라 초반만 읽어서는 상상하기 어렵던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p.s.

깨달음의 문제에 있어서는, 남과 내가 다를 수 있다. 내가 깨달아야 할 것과, 남이 깨달아야 할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의 깨달음이 다른 것은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이 달라서라 생각한다. 그러나 어떤 일이든 한 방향으로 극에 달하고 나면, 모든 것은 통한다고 말한다. 이 책을 읽고 난 소감도, 내가 삶의 길을 걷다 얻은 사소한 깨달음들로 채우고 싶었다. 다만 삶에 채화되지 않았던 새로운 깨달음을 준 까닭에 그것을 내것으로 승화시켜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식상해지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감상적인 표현들을 자제하고 내용에 관한 사념들만 글에 넣으려고 노력했다. 정제된 표현으로 말하고 싶었지만, 내가 지나치게 감동한 나머지 그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이번 감상문은, 더 아쉽다.

-fin

Return top

INFORMATION

Idenara In Literature